구약의 마지막 선지자 말라기가 예언을 마친 이후, 약 400년이라는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던 그 긴 공백을 깨고, 신약 시대가 열리면서 성령의 역사와 함께 다시 선지자들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는 구속사의 가장 극적인 전환점이었고, 그만큼 선지자들의 면면도 다양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세례 요한이나 계시록을 기록한 사도 요한 외에도, 복음서와 사도행전, 그리고 서신서 곳곳에 '선지자' 혹은 '예언하는 자'로 기록된 인물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등장합니다.


예수님 탄생 무렵, 메시아를 기다리던 사람들

먼저 복음서의 첫 장면들부터 살펴보면, 메시아의 오심을 가장 가까이서 준비하고 선포했던 선지자들이 눈에 띕니다.

 

그 중심에 세례 요한이 있습니다(마태복음 11:9~14, 누가복음 1:76 등). 예수님께서 직접 "선지자보다 더 나은 자"요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이"라고 극찬하셨던 인물입니다. 말라기 4장 5절의 예언대로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와서 메시아의 길을 예비한 그는, 구약의 율법·예언 시대와 신약의 천국 복음 시대를 잇는 마침표이자 구속사적 전환점의 최전선에 섰던 신약 최고의 선지자였습니다.

 

누가복음 2장에는 여선지자 안나도 등장합니다(누가복음 2:36~38). 아셀 지파 바누엘의 딸로, 성경이 명확하게 '여선지자(Prophetess)'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성전을 떠나지 않고 주야로 금식하며 기도하는 삶을 살다가, 아기 예수님을 직접 보고는 예루살렘의 속량을 바라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해 말하고 다녔습니다.

 

같은 누가복음 1장에는 세례 요한의 부모인 사가랴와 엘리사벳도 나옵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가 문안하러 왔을 때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예언적 찬가를 불렀고, 사가랴 역시 성령 충만하여 자기 아들 요한이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선지자라 일컬음을 받으리라"며 구속사의 큰 흐름을 예언했습니다.

 

그리고 시므온이 있습니다(누가복음 2:25~35). 공식적으로 선지자라는 직함이 붙지는 않았지만, 성령이 그 위에 계셨고 메시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하리라는 특별한 계시를 받은 인물입니다. 아기 예수를 두 팔에 안고 "이방을 밝히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라고 선포했으니, 전형적인 예언자적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순절 이후, 초대교회 안에 세워진 선지자들

사도행전으로 넘어오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 예언의 은사가 교회 공동체 안에 보편화되면서, '선지자'라는 직무를 가진 이들이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 선지자 아가보입니다(사도행전 11:27~30, 21:10~11). 예루살렘 출신의 이 선지자는 두 차례에 걸쳐 매우 구체적인 예언을 남겼습니다. 한 번은 천하에 큰 흉년이 들 것을 예언해서 안디옥 교회 성도들이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구제 성금을 미리 준비하게 만들었고, 또 한 번은 바울의 띠를 가져다가 자기 수족을 직접 잡아매면서 "성령이 말씀하시되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이 이같이 이 띠 임자를 결박하여 이방인의 손에 넘겨주리라"고 외쳤습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퍼포먼스가 인상적입니다.

 

사도행전 15장에는 유다와 실라가 등장합니다(사도행전 15:32). 예루살렘 공의회의 결정을 안디옥 교회에 전달하기 위해 파송된 이들인데, 성경은 이들을 두고 "선지자라 여러 말로 형제를 권면하여 굳게 하고"라고 기록합니다. 선지자의 역할이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회를 성령 안에서 권면하고 세우는 일이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참고로 실라는 이후 바울의 2차 전도여행 동역자가 됩니다.

 

사도행전 13장 1절을 보면 안디옥 교회에 바나바, 시므온, 루기오, 마나엔이 등장하는데, 성경은 이들을 "선지자들과 교사들"이라고 묶어서 소개합니다(사도행전 13:1). 이들이 금식하며 주를 섬기던 중 성령의 음성을 듣고, 바울과 바나바를 선교사로 따로 세우게 된 것이 1차 선교 여행의 출발점이 됩니다.

 

사도행전 21장에는 전도자 빌립의 네 딸들도 나옵니다(사도행전 21:8~9). 일곱 집사 중 한 명인 빌립의 집에 거하던 딸들로, 성경은 이들을 "처녀로 예언하는 자"라고 명시합니다. 가이사랴 지역에서 교회를 섬기며 예언 사역을 감당했던 대표적인 여성 사역자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도 요한(밧모 섬의 요한)입니다(요한계시록 1:1~3, 22:6~10). 사도이자 동시에 신약 시대의 대예언자인 그는, 로마 제국의 박해를 받아 밧모 섬에 유배되어 있던 중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환상으로 보고 들어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이 바로 요한계시록으로, 성경은 그것을 처음부터 "이 예언의 말씀"이라고 규정합니다. 구약의 다니엘서나 에스겔서와 맥을 같이 하는 묵시 선지자적 권위로 교회의 최종 승리와 새 하늘 새 땅의 도래를 선포한 것입니다.


이름 없이 무리로 움직인 선지자들

초대교회에는 개인의 이름이 따로 남지 않았지만, 집단으로 활동했던 선지자 그룹들도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내려온 선지자들; 아가보가 속해 있던 선지자 무리가 그 예입니다. 사도행전 11장 27절은 "그 때에 선지자들이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에 이르니"라고 기록하는데, 이를 통해 예루살렘 교회 안에 선지자적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동역자 그룹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린도 교회의 선지자들; 고린도 교회 안에도 선지자들이 복수로 존재했습니다. 바울이 고린도전서 14장에서 예배의 질서를 권면하면서 "선지자는 둘이나 셋이나 말하고 다른 이들은 분별할 것이요"라고 구체적인 지침을 준 것은, 당시 로컬 교회 안에서 선지자적 기능을 하는 이들이 일상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구약 선지자와 무엇이 달랐나

이 모든 인물들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신약의 선지자들은 구약의 선지자들과 어떻게 달랐을까요?

구약의 선지자들이 주로 하나님의 법을 어긴 이스라엘을 준엄하게 책망하고 앞으로 오실 메시아를 예고하는 일에 집중했다면, 신약의 선지자들은 방향이 달랐습니다. 이미 오신 메시아를 기반으로, 교회 공동체를 위로하고 권면하며 덕을 세우는 일이 그들의 핵심 사역이었습니다. 바울이 고린도전서 14장 3절에서 "예언하는 자는 사람에게 말하여 덕을 세우며 권면하며 위로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이 바로 그 방향을 가리킵니다.

 

구약의 마지막 불꽃이 세례 요한이었다면, 오순절 이후의 선지자들은 사도들과 함께 초대교회의 기초를 함께 놓아가는 역할을 감당했던 것입니다. 에베소서 2장 20절이 교회의 기초가 "사도들과 선지자들"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덧붙여, 상기 선지자와 예언자 중 유대교의 선지자로 인정받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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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유대교(Judaism) 관점에서는 단 한 명도 선지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정경(Canon)과 전승을 다루는 유대교의 신학적 기준에서 보면, 말라기 이후에 등장한 모든 인물은 선지자의 반열에 들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유대교 고유의 뚜렷한 두 가지 역사적·신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1. "말라기 이후 예언은 그쳤다"는 확고한 교리

정통 유대교 전승(탈무드와 토셉타)은 학개, 스가랴, 말라기를 끝으로 이스라엘에서 성령(예언의 영)이 떠났다고 공식 선언합니다.

토셉타 소타(Tosefta Sotah) 13:2
"마지막 선지자들인 학개, 스가랴, 말라기가 죽은 후, 성령(예언의 신성한 영)이 이스라엘로부터 떠났다."


유대교는 제2성전 시기(특히 페르시아 제국 아닥사스다 왕 이후)를 거치면서 신실한 예언의 시대가 닫혔다고 봅니다. 역사학자 요세푸스 역시 그의 저서에서 "아닥사스다 왕 이후의 역사는 그 이전만큼 권위가 없으니, 선지자들의 정확한 계승이 끊어졌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하며 당시 유대 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대변했습니다.

2. 기독교 신약성경 인물에 대한 전면 부인

세례 요한, 사도 요한, 선지자 아가보 등은 모두 기독교의 정경(신약성경) 안에서 선지자로 호칭되고 인정받는 인물들입니다.

* 유대교는 신약성경 자체를 하나님의 계시나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 따라서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행한 예언이나 이적 역시 유대교 신학에서는 '하나님의 권위 위임을 받은 정식 선지자'의 사역이 아닌, 나사렛 예수의 추종자(기독교라는 타 종교)의 활동으로 규정할 뿐입니다.

 


*유대교의 예외적 시선: '바트 콜(Bath Kol)'
유대교에서도 말라기 이후 신비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는 기록들이 간혹 존재합니다. 그러나 유대교 랍비들은 이를 공식적인 '선지자의 예언(Nevuah)'이 아니라, 예언의 시대가 끝난 후 간헐적으로 들리는 희미한 음성인 **'바트 콜(하늘의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습니다.

 


결과적으로 말라기 이후 구약의 예언이 신약으로 이어져 성취되었다고 보는 기독교와 달리, 유대교는 말라기에서 예언의 문을 닫고 이후 메시아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랍비들의 율법 해석과 토라 연구(구전 율법)'의 시대로 전환되었다고 판단합니다.

 

 

 

더 깊이 연구을 위한 참고문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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